정치 정치일반

공공기관 방만경영, 줄줄 새는 출연금 잡아야

김영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2.23 17:13

수정 2015.02.23 17:13

年 수십조원 배정되지만 관리·감독 제대로 안돼
출연금 미사용분 반환 기본법으로 규정해야

#.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주영순 의원은 지난해 환경부 산하기관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지난 2010~2013년 사이 중단한 연구과제가 46건에 달했고, 여기에 투자된 정부출연금이 256억6530만원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중단된 연구과제엔 횡령이나 유용 등 부적정 집행이 7건이나 포함됐고 과제평가 때 부실과제로 드러난 경우가 7건, 경영악화나 협약포기가 11건, 과제중단이 8건이었다. 기술원은 뒤늦게 출연금 환수에 나섰지만 환수 대상금액은 투입된 자금의 16.8%에 불과한 43억816만원에 그쳤고 이마저도 실제 환수한 금액은 환수 대상금액의 60%인 25억8587만원이 전부였다. 하나의 기관에서 200억원 넘는 돈을 공중에 날린 셈이다.

공공기관의 방만경영이 도마에 오른 가운데 정부출연금이 재정누수의 통로가 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연간 수십조원에 달하는 예산이 출연금으로 배정되지만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사실상 '사각지대'로 방치된 형국이다.
기본법을 제정해 출연금을 관리·감독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한편 허위사용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23일 정부 및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는 매년 20조원 넘는 출연금을 지출하고 있다. 2014년에 공공기관 및 연구기관에 투입된 출연금만 약 25조원이다. 대체로 순수 연구를 하는 공익적 특성의 연구기관이 자체 수입만으론 운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정부가 보조금 격으로 지급한다. 출연금이 기관 수입의 70%를 넘는 곳도 많다. 자체수익 없이 정부지원에 의존하는 격이다. 문제는 출연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정부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국가재정법'이나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 등 다양한 관련법령을 통해 출연연구기관을 관리하고 있지만 연구항목을 집중적으로 평가할 뿐 경영부문에 대해선 소홀하다. 이 때문에 출연금이나 예산 관련사항에 대해선 충분한 통제가 안 되고 있다.

공기업, 준정부기관을 제외한 기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경영평가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출연금이 줄줄 새는 데 한몫한다. 공공기관 중 기타 공공기관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이들을 통해 빠져나가는 출연금이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공공기관의 방만한 출연금 운용 실태를 개선하기 위해선 일단 출연금 관리·감독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국의회학회는 최근 국회 사무처에 제출한 '공공기관의 수입구조와 출연금 정비 및 관리 방안' 보고서에서 "'출연금 기본법'을 제정해 출연금의 무분별한 신설 내지 지급을 막을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출연금이 갖는 자율성을 고려했을 때 기본법에 출연금 지급 근거를 명확히 하고, 이 근거에 반하는 사안에는 출연금을 지급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출연금 오용이나 미사용분을 반환토록 하는 조치도 기본법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의회학회는 강조했다. 출연금을 자의적으로 쓸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다.

출연금의 허위신청이나 용도 외의 사용을 처벌하는 방안도 필수다. 허위신청으로 받은 추가적인 금액은 환수하고, 허위신청을 한 기관에 대해선 경영평가에 이를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출연금 집행을 점검할 수 있는 법령을 만드는 한편 총괄적인 평가를 위해 출연금 운용평가단을 구성하는 안도 검토사항으로 꼽혔다. 평가단의 평가 결과를 국회에 제출토록 하고 이를 각 상임위원회에서 살펴본 뒤 다음 연도 출연금 배정에 반영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선 국회 입법조사처도 '국가연구개발사업 추적평가제도의 현황과 개선과제' 보고서에서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출연금 사업 비중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출연연의 출연금 사업에 대한 평가를 기관평가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입법부뿐 아니라 행정부 차원의 통제장치도 필요하다.
현행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로는 기타공공기관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만큼 기타공공기관을 재지정해 해당 법률 통제권에 편입시키고, 이를 기획재정부가 관리·감독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ys8584@fnnews.com 김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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